우리는 의료 질 평가 역사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의료 질에 대한 선진국의 역사와 함께 최근 변화를 고찰한다면 미래에 대한 시사점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취지에서 미국 의료 질 평가에 관한 역사를 시리즈물로 정리하고자 한다.
그동안 미국 의료 질 관련 활동이 태동한 시기부터 Centers for Medicare and Medicaid Services (CMS)가 발족하면서 근대적 의료 질 관리 시스템이 그려진 시기를 고찰하였다, 이제는 2000년 이후 미국의 질 개선 활동을 특정 기관이나 주제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지난 호에서는 Quality Improvement Organizations (QIOs)를 다루었으며 이제는 국가 질 지표 사업을 주관하는 기관인 Agency for Healthcare Research and Quality (AHRQ)에 대해서 고찰하고자 한다.
의료 질과 관련해서 AHRQ의 역사는 질 지표를 개발하고 관련 작업을 정립한 시기와, 2010년 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 (ACA) 제정 이후 변화되는 의료 환경에 맞추어 대응해 온 시기로 구분될 수 있다. ACA의 영향으로 의료보험 가입자가 비약적으로 증가하였으며, 의료기관이 모여 조정된 진료를 제공하는 Accountable Care Organizations (ACOs)도 확산되었다. 의료 질에 대한 AHRQ의 전략도 이러한 변화에 맞게 달라졌기 때문에 두 시기로 나누어 고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호에서는 AHRQ의 설립과 질 지표 관련 활동이 본격화되는 시기에 초점을 맞추고자 하였으며, 고찰한 문헌은 다음과 같다.
- Eisenberg JM. AHCPR focuses on information for health care decision makers. Health Serv Res. 1998;33(4 Pt 1):767-781.
- Blumenthal D, Malphrus E, McGinnis JM, Committee on Core Metrics for Better Health at Lower Cost; Institute of Medicine, eds. Vital Signs: Core Metrics for Health and Health Care Progress. Washington (DC): National Academies Press (US); April 28, 2015.
- Griffin J. The history of medicine and organized Healthcare in America. 2017. Available at: https://www.griffinbenefits.com/blog/history-of-healthcare
- Hughes RG, ed. Patient Safety and Quality: An Evidence-Based Handbook for Nurses. Rockville (MD): Agency for Healthcare Research and Quality (US); April 2008. The Challenge and Potential for Assuring Quality Health Care for the 21st Century [Internet]. Rockville (MD): Agency for Healthcare Research and Quality; 2012 [last reviewed 2018 Jun; cited 2023 May]. Available from: http://https://www.ahrq.gov/patient-safety/quality-measures/21st-century/index.html
AHRQ의 역할과 업무
AHRQ의 전신인 Agency for Health Care Policy and Research (AHCPR)가 설립된 것은 1989년 봄이었다. Eisenberg에 의하면 당시 의료지불위원회에서 연방정부에 의료서비스 효과와 비용 연구에 투자할 것을 요청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요청에 부응하여 의회는 상대가치시스템 정립과 함께 AHCPR 설립이 포함된 Omnibus Budget Reconciliation Act of 1989 (OBRA89)를 통과시켰다.
AHCPR이 설립된 대전제는 객관적 정보를 바탕으로 의료체계와 관련된 모든 이해당사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과학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AHCPR은 의료서비스 효과와 결과에 대한 연구 수행과 지원, 환자, 의사와 정책담당자 등에 대한 정보 제공과 함께 의료의 질과 접근성 문제에 관한 업무를 수행해왔다. 한편 1990년대 후반에 메디케어/메디케이드 관리체계 정비가 시작되었는데, AHCPR도 2001년 Agency for Healthcare Research and Quality (AHRQ)로 개편되었다.
2023년 현재 AHRQ는 34년의 역사를 갖고 있으면서 의료의 질과 안전 문제를 선도하는 연방정부 기관으로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AHRQ의 구체적 업무는 달라졌지만 이해당사자의 의사결정 지원에 필요한 과학적 정보를 제공한다는 미션에는 변함이 없으며, 2023년 현재 제시된 업무 추진 방향은 다음과 같다.
- 첫째, 국가 보건의료시스템에 대한 연구에 투자한다. 국가 보건의료시스템에 대한 연구는 현황 파악을 넘어서서 환자 안전과 의료 질 문제를 개선하는 방법을 포함한다.
- 둘째, 보건의료시스템과 전문가들이 연구결과를 실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교육 및 훈련에 필요한 도구를 생산한다.
- 셋째, 의료서비스 제공자와 정책담당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측정도구를 개발하고 관련 데이터를 구축한다.
AHRQ 질 지표 개발과 활용
AHRQ (주: AHCPR 당시 수행한 업무나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도 혼선을 피하기 위해 AHRQ로 기술하였다)의 질 지표는 임상적 근거에 기반한 것으로 의료 질의 변이를 파악해서 개선하기 위하여 개발되었다. 또한 연방정부뿐 아니라 의료시스템과 관련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행정자료를 이용해서 산출하도록 되어 있다. 2023년 현재 4개 영역(예방, 입원, 안전과 소아/신생아)에 대한 지표 모듈이 개발되어 있다.
최초의 AHRQ 질 지표는 1994년에 Healthcare Cost and Utilization Project (HCUP)를 통해서 개발되었다. AHRQ는 HCUP를 진행하면서 주 단위 데이터 조직과 병원연합의 입원환자 데이터 수집 시스템의 지원을 받았고, 이때 최초로 연방-주-민간 부문이 협력한 단일한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된 것으로 보인다. 초기에 개발된 지표는 HCUP 지표라고 하였으며, 총 33개로서 예방가능한 부작용, 병원 사망과 치료 합병증을 다루었다.
AHRQ는 1998년 이후 전반적인 질보다는 초점을 좁혀서 의료 질 정보 공개를 통한 선택권 보장과 질 개선 방안에 초점을 두고 연구를 추진하였으며, 이는 대통령 자문위원회 권고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면 대통령 자문위원회에서는 질 측정 및 보고시스템(report card)을 강화하여 소비자와 구매자에게 의료보험과 공급자를 비교해서 선택할 수 있도록 권고하였다. 비슷한 시기에 AHRQ는 근거중심진료를 선도하기 위해서 12개의 Evidence-based practice center (EPC) 설치를 지원하고 있었는데, 여러 EPC 중에서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USCF) 및 Stanford University가 질 지표를 검토하고 개정하는 작업을 담당하였다. 이 과정에서 의료의 질에 관한 지표 개발 프로세스가 정립되었으며, 질 지표에 위험도 보정 개념이 포함되는 등의 발전이 있었다. 새로 개정된 내용된 질 지표는 AHRQ 질 지표로 불리게 되었다.
AHRQ는 질 지표 사업에 더해 소비자 및 구매자의 선택을 지원하기 위해 환자만족도 조사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인 Consumer Assessment of Health Plans Survey (CAHPS)를 시작하였으며, 이는 RAND, Harvard, Research Triangle Institute가 컨소시엄을 구성, 담당하였다. Eisenberg는 CAHPS가 의료보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였을 뿐 아니라 다양한 기관과 협력하여 미래적 연구를 수행했다는 측면에서 혁신적 프로젝트로 바라보았다. AHRQ는 이외에도 질 지표 데이터베이스(CONQUEST 2.0), HEDIS 지표 타당도 조사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고, 당시 AHRQ에서 의료 질에 관한 연구에 5년간 760만 달러 정도가 사용되었다.
공공과 민간조직의 의료 질 관련 활동을 조정하고 연계할 필요성이 있어서 National Quality Forum (NQF)이 1999년 설립되었다. NQF의 주요 업무는 질 지표를 승인하는 것이었는데, AHRQ 질 지표도 검토를 하게 되었다. AHRQ 질 지표는 NQF의 검토 과정 외에도 새로운 연구결과, POA (present on admission)를 포함한 상병코딩체계 변화, 사용자의 의견 등을 반영할 필요성이 있어서 개정작업이 지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AHRQ 질 지표는 세부 사항이 모두 공개되어 있으며 널리 활용되고 있는데, 공개 보고, 질 개선 및 벤치마킹, P4P 사업과 연구 등에 사용되고 있다. AHRQ 질 지표를 활용하고 있는 공적 조직으로는 연방정부, 주 및 지방 정부가 있으며, 민간기관/단체로는 병원연합, 민간의료보험 및 통합의료제공체계(integrated delivery system)는 물론 일반기업과 자문회사 등이 있다.
대통령 자문위원회 권고와 영향
AHRQ가 국가 질을 선도하는 연방기관으로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1998년 운영된 클린턴 대통령 자문위원회 권고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대통령 자문위원회의 정식 명칭은 President’s Advisory Commission on Consumer Protection and Quality in the Health Care Industry로서 모든 미국인을 위해 더 좋은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의료 질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내용의 보고서(Quality First: Better Health Care for All Americans)를 제출하였다. 또한 당시 부통령 앨 고어는 민간 부문 의료 질 측정과 보고 포럼을 기획하기 위한 위원회를 이끌기도 하였다. 클린턴 대통령 자문위원회 보고서에서는 의료 질의 주요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권고안을 제시하였다.
- 첫째, 국가 의료 질 자문위원회, 질 측정 및 보고에 대한 포럼 등을 설립하여 민관 협력을 강화한다.
- 둘째, 질 개선 목표 등을 제시하는 국가 질 개선 전략을 수립한다.
- 셋째, 질 측정 및 보고시스템을 강화한다.
- 넷째, 질 개선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의료시장을 강화한다.
- 다섯째, 질 개선에 필요한 기본 역량을 강화한다.
미국 의료에 대한 역사를 살펴본 바에 의하면, 1990년대에 국민의료비가 급격히 증가하여 GDP의 12.1%를 차지하고 있었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의료비의 급격한 증가가 국민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므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당시 부통령이 발표한 보고서(The challenge and potential for assuring quality health care for the 21st century)에는 민간기업 고용주, 노동조합 및 민간 의료서비스 구매자들이 자체 조사를 통해 질 수준이 높은 의료보험이 비용은 낮다는 사실을 밝혀냈으며, 비용에 합당한 양질의 의료를 요구하였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종합하면 당시 정부는 의료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양질의 의료에 대한 시대적 요구가 커진 상황에 대응하고자 의료시스템에서 선택과 경쟁이 작동하는 시장 기능을 강화하려고 하였고, 이를 위해 강력한 질 측정 및 보고시스템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Eisenberg (1998)에 의하면 클린턴 대통령은 의료 질에 대한 AHRQ의 역할을 인정하였을 뿐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과학적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AHRQ, National Institute of Health, Center for Disease Control 등에 사용할 Research Fund for America를 조성하였다고 한다.
촌평
- AHRQ는 보건의료시스템 내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의료보험 혹은 의료서비스 제공자 선택과 함께 질 개선에 필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과학적,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할 필요성에 의해 설립되었다.
- AHRQ 질 지표 개발은 Evidence Practice Center에 참여한 대학과 RAND, Research Triangle Institute와 같은 전문 연구기관 등이 수행하였다. AHRQ 질 지표 개정 및 질 개선 연구는 Evidence Practice Center 등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발굴되고 훈련된 전문 연구팀들이 참여하고 있다.
- 미국에는 질 측정 및 보고 업무에 관여하고 있는 다양한 공적, 민간 조직이 존재하고 있어서 업무 조정과 연계하는 활동이 필요하며, NQF가 이를 담당하였다(2023년 현재 NQF 질 지표 승인 업무는 Battlelle 연구소로 이관되었다).
- 핵심 문장
- The Agency’s premise is that decision makers at all levels -- clinicians and patients, health system leaders, and federal, state, and local policymakers -- will make decision using science-based, objective information if that information is available.
- Employers, labor unions and private group purchasers have increasingly demanded higher quality for dollars they spend on health coverage. One official at General Telephone and Electronics (GTE) stated. “We think that improved quality inherently costs less. Improve the quality of healthcare and, in turn, improve the quality of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