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평가의 대상인가? 의료 질 향상의 주인공인가?
김양중(상근평가위원)
적정성 평가 회의를 진행하다 보면 의료계가 가장 난해한 상대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무가 준비해 간 회의 안건에 대해 반대도 많고 이른바 ‘딴지’, 즉 억지소리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회 등에서 추천한 위원들은 의학적 근거를 들어서 적정성 평가 항목에 대하여 비판을 하기도 하고요. 의학적 근거대로 지표를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고 곧잘 지적합니다. 또 개원가나 병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위원들은 현장에서 수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틀로 반대 목소리를 냅니다. 의료계의 적절한 비판이나 지적은 적정성 평가를 통해 환자들에게 공급되는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종종 평가 업무 자체가 진행되지 않을 정도의 반대가 나올 때도 있습니다. 평가 업무를 오래 해 보신 분들은 상당히 난처한 상황을 종종 경험해 보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의료계가 비판할 때 누가 우리를 도와줄 수 있을까요? ‘내부 평가위원 또는 심사위원이요?’라고 답하고 싶으시죠? 당연히 내부 위원들은 도움이 되겠지요. 하지만 최후의 수단일 때가 많고 이보다는 의료의 질을 높이자는 학회나 환자단체, 소비자단체 등의 외부 위원들이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위원들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의료 서비스의 질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평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라도 내어주면 좋은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목격하게 됩니다. 참 힘든 상황이죠. 결국 적정성 평가 회의를 진행하거나 참여하다 보면 거의 모든 분과위원회에서 의료계는 적정성 평가를 받지 않았으면 한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제 저는 지금부터는 아주 이상적인 이야기를 하게 될 것입니다.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비판을 하셔도 됩니다. 저는 평가에 있어서 의료 공급자가 가장 난처한 상황에 놓이는 것이 ‘의료의 질 향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의료인이라고 하면 적어도 환자에게 공급되는 의료 서비스의 질 향상을 반대할 수는 없고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의료인들 대부분은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합니다. 즉, 표면적이든 진심이든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하여 필요하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지만 위원회 회의를 하다 보면 의료계와 논란이 많이 벌어집니다. 의료계에서는 대체로 결과지표가 공개되는 것을 매우 싫어합니다. 심장질환에 걸린 환자나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들의 사망률을 공개하면 어떨까요? 또는 고혈압, 당뇨병,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류마티스 관절염 등과 같은 만성질환에서 결과지표로서 관리율 또는 조절률을 공개하면 어떨까요? 높은 점수를 받은 의료기관은 열심히 홍보를 하겠지요. 환자들도 이 결과를 알게 된다면 진료 대기가 길더라도 그곳에 예약을 하게 될 것입니다. 너무 오래 기다리다 보면 자칫 적절한 치료 시점을 놓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지요. 반대로 낮은 점수를 받은 의료기관은 아예 평가에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천식이나 COPD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면 천식이나 COPD 환자를 다른 곳으로 의뢰하거나 진료하고도 다른 질환으로 청구하기도 하겠지요. 천식이나 COPD 분야에서 기존에 평가 대상 의료기관을 10명 이상에서 5명 이상으로 확대한 것도 어떻게든 평가 대상 의료기관을 확대하려고 하는 조치이겠지요. 아무튼 결과지표의 공개는 매우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이런 논의는 안타깝다는 생각에서 최근의 한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얼마 전 류마티스 관절염 분과위원회에서 결과지표 가운데 하나에서 관해율 또는 낮은 활성도 비율이 논란이 되었는데요. 해당 위원회에서 개원가가 보인 반응은 근본적으로 이런 결과지표가 평가에 들어오지 않았으면 한다는 내용으로 요약됩니다. 하지만 환자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런 결과지표가 있어야 의료기관을 선택할 때 도움이 되는 정보가 됩니다. 더 나아가면 관해율이나 낮은 활성도 비율과 같이 어려운 말이 아닌 검사 결과 개선율이나 조절률과 같은 쉬운 단어로 구성된 결과지표라면 더더욱 쉽게 알아볼 수 있겠지요. 하지만 개원가 등 의료계는 이 쉬운 단어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반대하였고 더 나아가서는 지표 명칭 개선에 대한 반대뿐만 아니라 아예 지표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하였습니다. 결국 지표 명칭 개선은 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나긴 했지만 참으로 난해한 상황이었습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에 대한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여 보자는 학회 쪽 의도가 나름 힘을 발휘한 상황이긴 했지만, 저로서는 웬만해서는 이해하기 힘든 지표 명칭이 남아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요.
개원가나 병원, 학회 등을 대표해서 참석하다 보니 심평원의 평가에 대해 여러 불만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결국 의료 서비스의 질을 올리자는 국민 요구에 부응하게 될 것이며,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주체 역시 의료계라는 생각입니다. 회의 진행에 다소 차질을 빚더라도 함께 가야 하며 의료 서비스 질 향상의 주인공이라는 것이죠. 평가에 함께하기로 한 이상 결국 의료 서비스 질 향상에 있어서 같이 가야 할 동행이라는 생각입니다. (2023. 11. 6.)
P.S. 심평원 평가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 중에는 의료계가 심장질환에 대해 평가 거부를 한 상황에 관심이 많은 모양입니다. 결국 의료계가 싫다면 평가를 진행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죠. 우리로서는 참 난처한 상황이며 꼭 풀어야 할 과제인 것 같습니다. 평가를 받으면서도 동시에 의료 서비스 질 향상의 주인공으로 의료계를 설득해야 할 과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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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SMu101: 연말 스페셜 ⑴
최용준(상근평가위원)
이 코너는 의료 질과 환자안전의 기본 개념과 이론을 소개합니다. ‘101’은 미국 대학에서 👩🏻🎓 어떤 분야의 개론이나 입문 과정의 교과목 번호로 흔히 쓰인다고 합니다. 기본적인 것이 가장 중요한 법이라고 합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연말이 다가와서 이번호와 다음 호 QSMu101은 제 맘대로 ‘연말 스페셜’로 꾸며 보려 합니다. 😝
의료인은 의료를 제공하고 스스로 의료 질을 평가하며 의료 질 향상에 노력합니다. 우리는 의료 질을 평가하고 의료 질 향상을 지원하기 위하여 노력하지요.
그런데 의료인이든, 우리든 의료에 개인 자격으로 관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직’의 이름으로, ‘조직’의 업무로 이런 일들을 하지요. 조직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조직문화’는 주목받는 조직 이슈 가운데 하나입니다. 2015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논문에서 맥그리거와 도시는 오랫동안 수행한 연구 결과를 다음과 같이 요약합니다.
우리가 일하는 이유가 우리의 성과를 결정한다.
이들은 조직문화가 구성원들에게 어떻게 동기를 부여하고 있는지, 일하는 이유를 제시하는지를 묻습니다. 간단한 설문을 통하여 조직 구성원의 동기 부여 수준을 평가합니다.
우리는 얼마나 동기 부여되고 있을까요? 👉 설문에 응하시고👈 다음 호에서 결과를 기다려 주세요.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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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 속 적정성 평가: 미국의 의료 질 평가 역사 ⑻, 의료 질과 지불제도 연계 ⑴
김남순(상근평가위원)
이 코너는 우리가 하고 있는 적정성 평가 항목과 관계 있는 연구 문헌을 소개합니다. 문헌의 서지 사항을 제시하고 초록을 번역하며 촌평을 하는 것으로 구성됩니다. 많이 기대해 주세요. ✌️
우리는 의료 질 평가 역사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외국의 의료 질 향상 역사와 최근 변화를 고찰한다면 미래에 대한 시사점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취지에서 미국 의료 질 평가 역사를 시리즈물로 정리하고자 한다.
그간 미국 의료 질 관리 시스템이 정착하는 시기를 일차적으로 정리하였고, 그 이후에는 주요 기관인 Quality Improvement Organizations (QIOs), Agency for Healthcare Research and Quality (AHRQ), 의료기관 인증을 살펴보았다. 지난 호에서는 미국의 공적 건강보험을 관리하는 연방기관인 Centers for Medicare and Medicaid Services (CMS)의 역사와 전략과 활동을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CMS가 시행하고 있는 입원 서비스에 대한 가치 기반 사업을 고찰하고자 한다. 참고한 문헌은 다음과 같다.
CMS의 의료 질 측정 및 개선 활동은 내용이 방대하여 약 3회 혹은 4회에 걸쳐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호에서는 CMS의 역사와 함께 국가 의료 질 전략을 살펴보는 데 중점을 두었으며 참고한 문헌은 다음과 같다.
CMS 가치 기반 사업 배경과 개요
CMS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 질과 지불제도 연계는 흔히 가치 기반 사업(value-based program) 혹은 성과에 대한 지불(pay for performance)로 불리고 있다. 이는 의료서비스 제공량보다는 질적 측면에 대해 보상하는 것이다. 가치 기반 사업에 대한 관심은 1990년대부터 나타났으며, Affordable Care Act (2010)가 제정된 이후 본격화되었다. 이후 미국 보건부는 2016년까지 메디케어 지불액의 80%, 2018년에는 90%까지 의료 질 혹은 가치와 연계하겠다는 발표를 하였다. 2015년에는 Medicare Access and CHIP (Children’s Health Insurance Program) Reauthorization Act of 2015 (MACRA)가 제정되면서 외래서비스에 적용해온 지속가능성장률(Sustainable Growth Rate)을 폐기하고 대체 지불 모형(Alternative Payment Model, APM)을 도입하였다.
CMS는 2023년 기준으로 가치 기반 사업의 발전 과정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아래 그림 참조). MIPPA에 근거하여 말기신부전환자에 대한 질 인센티브 사업이 도입되었으며, Affordable Care Act (ACA)에 의해서 Hospital Value-Based Purchasing Program (HVBP), Hospital-Acquired Condition (HAC) Reduction Program, Hospital Readmissions Reduction Program (HRRP)이 도입되었다. 외래서비스에 대해서는 MACRA에 근거하여 alternative payment models (APMs)와 Merit based Incentive Payments System (MIPS)이 도입된 바 있다. 이외에도 의사 서비스에 대해서는 Physician Feedback/Value-Based Modifier (PVBM) program이 있으며, 요양병원에 대해서는 Skilled Nursing Facility Value-Based Purchasing (SNF VBP) Program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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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서비스에 관한 가치 기반 사업
CMS는 운영하고 있는 가치 기반 사업 중 대표적인 예는 병원 입원서비스에 대한 사업이다. 입원서비스에 대한 가치 기반 사업은 HVBP, HRRP, HAC 등 총 3개가 있다. 국내 상황과는 달리 CMS는 입원서비스에 대해서 질환별 평가를 하지 않고 입원서비스 전체를 포괄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입원서비스에 대한 가치 기반 사업인 HVBP도 개별 질환이 아닌 전체 서비스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급성기 진료를 제공하는 병원은 대부분이 참여하고 있어 2023년 현재 총 3,000개 병원이 포함되어 있다. 한편, 농촌 지역에 있는 중소병원인 Critical Access Hospital (CAH)은 예외로 간주되고 있으며 HBVP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미국의 전체 병원 수는 2023년 기준 6,129개이다(자료원 Fast Facts on US Hospitals, 20203). 이 중 급성기 진료를 제공하는 병원은 약 4,700개로 알려져 있으며, 이 중 예외로 간주된 CAH 1300개 정도를 제외하면 급성기 병원 대부분이 HBVP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HVBP와 별도로 재입원을 감소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하는 사업인 HRRP와 환자안전을 개선하기 위한 HAC가 병행 추진되고 있다. HVBP는 해당 연도 입원진료비의 2% 범주에서 인센티브와 디스인센티브를 모두 적용하고 있으나, 다른 두 사업은 감액만 적용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HAC는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입원의료비의 1%까지 감액된다(CDC National Healthcare Safety Network 데이터 사용, HCA 종합 점수 75 percentile 미만인 경우 감액). HRRP는 감액 규모가 점진적으로 커져서 2017년부터는 메디케어 입원의료비의 3% 수준에 달하는 수준으로 확대되었다.
병원을 대상으로 한 대표적 가치 기반 사업인 HVBP에서 사용하고 있는 질 평가 내용을 살펴보면 크게 4영역으로 구분된다. 여기에는 ⑴ 환자안전, ⑵ 임상 결과, ⑶ 효율성 및 비용 감소, ⑷ 환자 및 지역사회 관여가 포함되며 각 영역의 가중치는 25%로 동일하다. 2024년 기준 각 영역별 평가지표는 다음과 같다(아래 그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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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평
- CMS의 가치 기반 사업은 2010년 Affordable Care Act (ACA)가 제정된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HBVP는 입원서비스 가치 기반 사업의 대표적 예로 2012년부터 시작되어 현재 약 3,000개의 병원이 참여하고 있으며 농촌지역 중소병원인 CAH는 참여를 면제받고 있다. 또한 병원 종사자들이 지속적이고 다각적으로 노력해야 개선이 가능한 환자안전과 재입원 감소를 목표로 하는 가치 기반 사업도 병행해서 추진되고 있다.
- 미국의 입원서비스 평가는 국내와 다르게 질환별로 하지 않고 입원서비스 전반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므로 HBVP에서 측정하는 의료 질은 특정 질환이 아니라 입원서비스 전체에 대한 것으로 4개 영역(환자안전, 임상결과, 효율성 및 환자와 지역사회 연계)에서 측정한 질을 종합하여 지불과 연계하고 있다. HBVP에서 지불하는 인센티브는 메디케어 입원 의료비의 2% 수준이며, 2023년 기준 약 19억 달러에 해당한다.
- 핵심 문장
- Value based programs reward health care providers with incentive payments for the quality of care they give to people with Medicare. These programs are part of our larger quality strategy to reform health care delivered and paid for. Our value based programs are important because they are helping us move toward paying providers based on quality rather than the quantity of care they give pati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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