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민(원장)
평가위원들께서 직원을 위한 뉴스레터를 발간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2006년, 제가 처음 심평원에서 평가위원으로 일을 시작하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위원으로서 하고 싶었지만 못한 일이 많았는데, 그중 하나가 뉴스레터 만들기였습니다. 이제라도 일곱 분의 평가위원들이 합심하여 뉴스레터를 만든다고 하시니,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제가 평가위원 면접을 보러 오던 날은 하루 종일 심평원이 뉴스에 나왔습니다. 기관별 감기 항생제 처방률이 전 국민에게 처음 공개되었기 때문입니다. 54번째 발표한 감기 항생제 사용 평가 결과는 이제 더 이상 화제는 아니지요. 그간 참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입사한 이후에 제 일은 적정성 평가가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일에서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생뚱맞게 들리겠지만, 당시에는 적정성 평가가 의료의 질 평가를 의미한다는 것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의료의 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말할 것도 없었고요.
사실 이 사회적 합의 문제는 15년이 더 흐른 지금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노력해서 참 많은 영역을 평가했지만, 국민들은 아직 ‘적정성’이란 단어에 친숙하지는 않습니다. 지난 호에 실렸듯이 적정성의 의미를 담은 법률 조항이 올해가 되어서야 겨우 만들어진 것이 그 불완전성을 반증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원의 노력은 참 많은 결실을 맺었습니다. 2001년 항생제 처방률, 조혈모세포이식 기관 평가 등 5개 항목에 불과했던 적정성 평가가 2022년 현재 환자경험, 입원일수 등 37개 항목으로 늘었습니다. 청구 자료에 의존하다가 2004년 허혈성 심질환 평가에 처음으로 임상 정보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서면으로 수집하던 평가 자료(임상 정보)를 전산화하여 웹 방식으로 받았고, 나아가 E-form을 통해 의무기록에서 자동 추출을 하는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생생한 변화를 하나 소개합니다. 당시 서초동 본원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던 의료기관 한 곳이 유달리 평가 프로파일이 안 좋았습니다. 평가실의 부탁을 받고 다섯 시간 가까이 버스를 타고 가서 병원 의사들에게 적정성 평가에 대해 소개를 했습니다. 항상 그랬지만, 최근 몇 년의 평가 결과를 가지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항목들이 전반적으로 안 좋았는데, 그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기관별 중증도 보정 제왕절개수술률을 평가해서 발표하고 있었는데, 그 기관은 처음에는 “높음”이다가 다음 해는 “보통”, 이어서 그다음 해에는 “낮음”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제왕절개수술률을 그렇게 낮추는 것이 통상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인지라, 강의가 끝나고 따로 병원 직원들에게 제가 물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냐고요. “처음에는 산부인과 선생님들이 많이 저항하셨지요. 심평원에서 평가 결과가 나오고 위원님과 평가실 직원들이 오셔서 직접 대면하시더니 이제 좋아졌어요.”
당시 제게 “도대체 왜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에게 베타차단제를 쓰라고 강요하는 겁니까?”하고 물으시던 심장내과 선생님이 계셨는데, 다음 번 평가에서는 그 결과도 좋아졌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그 당시 매일 반복되는 일과, 딱히 제 것이라 할 수 있는 성과의 부재 등으로 제 일에 회의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노력한 결과 병원의 진료 행태가 바뀌고, 그 결과 그 지역 산모들의 제왕절개수술률이 떨어진다는 것은 분명 ‘우리’의 성과라 할 수 있었습니다. 저의 시간과 열정을 바칠 만한 가치가 충분하고도 넘치는 일이었습니다. 그 후 우리의 노력을 외국에 소개하는 일에도 열정을 바쳤습니다. 다른 나라들도 우리의 노력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물론 적정성 평가는 완성형이 아닙니다. 임상적 효과성에 치중한 평가 영역을 환자안전과 환자 중심성으로 대폭 확대, 전환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오래 걸리는 평가 방식을 개선해서 실시간에 가까운 평가를 해야 합니다. 결과 공개도 국민들이 훨씬 더 쉽게 받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구조나 과정 중심의 평가를 결과 위주로 바꿔야 합니다.
변화하는 의료 환경에 따른 평가 업무와 함께 최근 평가 지표 개선 등 많은 업무 속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는 것에 대해 격려와, 칭찬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또 개정된 평가 관련 법안을 우리의 평가 업무에 어떻게 녹여내어야 할지, 방안 마련에도 힘쓰는 노고도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20년 넘게 노력해 온 적정성 평가는 이제 도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새로운 도약은 평가 실무를 맡고 있는 우리 직원들이 잘 해 낼 것이라 믿습니다. 국민이 받는 의료서비스의 질이 높아지는 이 소중한 일이 직원들의 삶에 보람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2022. 9.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