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원장님이 강압적으로 지시한 것은 아니었나요?”
- QI 컨설팅 대구 드림종합병원 현장에서 -
김양중(상근평가위원)
“원장님, 혹시 강압적으로 (의사 등 병원 직원들에게) 지시한 것은 아닌지요?”, “혹시라도 자료를 조작하거나 그런 일은 없겠지요?”
지난 8월 18일 대구 드림종합병원에서 열린 「2022년 QI 맞춤형 컨설팅」 현장에서 나왔던 질문이다. 우선 드림종합병원 쪽에서 상당히 난처할 수 있어서 해당 병원 직원도 아니었지만 상당한 불쾌감을 느낄 정도로 예의 없는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의료 현장보다는 정부의 정책 브리핑에서 언론인들이 “현황 통계를 억지로 꿰맞추는 것은 아닌가요?”라거나 “정책 현장의 실무자들을 쥐어 짜내서 나온 결과 아닌가요?” 등과 같이 날카로운 비판을 담은 질문이어서 자연스레 질문자를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리게 됐다. 이 질문을 한 이는 놀랍게도 드림종합병원이 평가를 더 잘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구실을 하는 ‘멘토 선생님’이었다. 그는 대구의 다른 병원에서 의료 질 관련 업무에 일하고 있었는데, 드림종합병원보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멘토로서 강의를 하러 왔었다. 이 멘토 선생님이 보기에는 짧은 시간 동안 드림종합병원의 성적이 너무나 좋아졌다는 것이다.
돕겠다고 찾아온 이가 도움을 받는 ‘멘티’를 의심하는 상황이라 컨설팅이라는 좋은 분위기를 망치는 큰 사달이 나지 않을까 염려가 되는 순간이었다. 다행히 드림종합병원의 원장님은 마이크를 잡아 답변하면서 컨설팅 현장에 참여한 의사들을 바라보며 조작이나 강요는 없었다며 평가에 관심을 가지고 의료진과 함께 노력한 결과라고 답변했다. 원래 진료가 있다며 컨설팅 초반에 자리를 뜨겠다던 의사들 3~4명은 컨설팅이 끝나도록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컨설팅 현장에 대한 그들의 관심이나 언급 역시 그 노력을 보여주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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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컨설팅 분야는 ‘수술의 예방적 항생제’였는데 드림종합병원은 2주기 1차 평가 결과 3등급이었다. 종합점수는 61점으로 전국 동일 종별 점수 평균인 62.9점에 견줘 다소 낮았다. 하지만 대구의 동일 종별 비교에서는 평균치 59.6점보다는 오히려 점수가 좋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드림종합병원의 원장님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사실 3등급이고 가산금도 받을 수 없으니) 충분히 평가를 잘 받을 수 있는 분야로 수술의 예방적 항생제를 꼽았고, 컨설팅을 받는다는 명목으로 병원 의료진 전체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함께 하는 컨설팅이라는 병원의 큰 ‘행사’를 준비하는 동안 평소 평가에 관심을 덜 가지고 있던 의사들이 ‘수술에 권고되는 항생제 처방’이나 ‘수술 후 24시간 이내 예방적 항생제 투여 종료율’과 같은 지표에 더 관심을 갖게 만들겠다는 원장님의 의도가 일단은 적중한 것으로 보였다. 드림종합병원 의료 질 담당자도 “컨설팅 행사를 준비하면서 평가에 대한 의료진들의 관심과 작은 실천이 눈에 띄게 드러났다”고 언급했다.
마침 이날 컨설팅에는 보건복지부 보험평가과장님도 참석하여 현장의 의료 질 향상 노력을 청취하였고, 짧지만 복지부에서의 의료 질 향상 정책 방향도 함께 나눌 수 있었다. 사실 수술을 담당하는 현장 의료진들은 바쁜 진료 일정으로 컨설팅 행사 초반에만 참석하기로 예정돼 있었는데, 복지부에서 참석해 자리를 끝까지 지킨 것으로 보였다.
이 자리를 빌려 밝히지만, 사실 필자의 강의는 수술별 평가 점수를 공개하면서 수술별 비교를 해야 하는 것에 시간을 많이 할애할 계획이었다. 각 수술을 담당하는 의사 선생님들이 자리를 뜨면 해당 내용을 공개하면서 특정 수술에서 낮은 성적을 끌어올리는 것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설명을 하고 싶었는데, 하필 의사 선생님들이 모두 자리를 지키고 있어 해당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할 수 없었다. 그 덕분에 강의가 예정보다 5~10분 정도 빨리 끝나는 ‘해프닝’이 있었다.
올해 QI 맞춤형 컨설팅은 전문 컨설팅이 대구, 군산, 제주 등 4곳에서, 기본 컨설팅은 영주, 제주 등 28곳에서 이뤄졌다. 전문 컨설팅은 모두 상근평가위원들이 직접 현장을 찾아 강의를 하면서 평가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할 수 있었다. 평가관리부 자료를 보면 최근 10여 년 동안 50곳 이상의 병원에서 컨설팅이 이뤄지면서 대부분 평가 점수 및 등급이 개선되는 결과를 보였다.
어떤 학생이나 시험이라는 평가를 싫어하거나 부담을 느끼듯이, 의료 공급자가 평가에 적극적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 국민이 보다 나은 치료를 받기 위해 의료진이 의료 질을 높이기 위해 한층 더 노력해야 한다는 데에 대다수 의료 공급자도 반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적정성 평가가 평가 항목과 지표를 정하고 심평원과 병원의 자료를 수집해 실제 평가를 진행한 뒤 그 결과를 국민과 의료 공급자에게 공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의료 현장을 찾아 의료 공급자와 함께 머리를 맞대는 자리가 QI 컨설팅으로 생각되었다. 비록 지금은 평가 점수가 낮지만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는 병원들에게 나아갈 길을 안내하고 용기를 북돋는 사업이 더욱 확대되어야 하겠다.
끝으로 의료 현장을 섭외하고 평가 분야와 강의 주제, 교통편 등 QI 컨설팅을 준비하느라 고생한 평가실 직원들의 노고에 찬사를 아끼지 않고 싶다. (2022. 10. 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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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SMu101: 의료 질이란? ⑵
이 코너는 의료 질과 환자안전의 기본 개념과 이론을 소개합니다. ‘101’은 미국 대학에서 👩🏻🎓 어떤 분야의 개론이나 입문 과정의 교과목 번호로 흔히 쓰인다고 합니다. 기본적인 것이 가장 중요한 법이래요. 즐독하세요!
오늘은 지난 달에 이어 의료 질 개념을 공부합니다. 망설임 없이 go, go! 다시 한번 세계보건기구의 의료 질 개념을 인용할게요. 이번에는 미국 의학한림원 의료 질 개념에만 있는 구절은 생략하였습니다.
Quality of care is the degree to which health services for individuals and populations increase the likelihood of desired health outcomes.
먼저 “likelihood”를 볼까요? 이 단어에 관한 영어사전의 풀이는 “공산, 가능성, 가망”으로 제시되어 있습니다. (통계학 용어로 쓰일 때는 “가능도, 우도”로 번역하는데 엄격한 의미에서는 가능도는 확률과 차이가 있다고 해요.) 결국 의료의 질이란 어떤 ‘가능성’을 높이는 정도를 말합니다. 100%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요.
그렇다면 무엇이, 어떤 가능성을 높일까요(increase)? 그렇습니다. 의료 서비스가, 의료 서비스라는 process가, 좋은 outcome이 나타날 가능성을 높입니다. 이 대목에서 다시 친애하는 도나베디언 선생님을 👴🏻 소환하자면, 과정은 확률적으로 결과에 영향을 미치죠. 이 확률은 과학적 증거에 의하여 확립됩니다. 과학적 증거가 확고할수록 확률은 높아지겠죠. 이 증거를 제시하는 것이 바로 임상과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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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질 평가를 위하여 우리는 구조와 과정, 결과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잖아요? 하나 의료 질 개념 정의는 “outcome”만을 명시하고 있어요. 의료의 궁극적 목적이 바로 결과, 건강 결과에 있음을 시사한다고 하겠습니다.
이제 다 왔습니다. 👏🏼 결과, 건강 결과, 한데 그냥 건강 결과가 아니라 “desired” 건강 결과, 즉 ‘좋은’ 또는 ‘바람직한’ 건강 결과가 중요합니다. 이 말에는 환자의 선호와 요구, 가치의 중요성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Preferences, needs, and values. 기억합시다. 환자중심성을 말할 때 늘 함께 나오는 단어들이죠.) 사회의 선호와 가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마지막으로 의료 질 개념을 한국어로 완성해 볼까요?
의료의 질은, 개인과 인구 집단을 위한 의료 서비스가 바람직한 건강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을 높이는 정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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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 속 적정성 평가: 일차의료 환자안전
이 코너는 우리가 하고 있는 적정성 평가 항목과 관계 있는 연구 문헌을 소개합니다. 문헌의 서지 사항을 제시하고 초록을 번역하며 촌평을 하는 것으로 구성됩니다. 많이 기대해 주세요! ✌🏼
우리가 평소 실감하진 못하지만 일차의료는 중요합니다. 어쩌면 의료시스템의 성과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일지도 모르죠. 가장 많은 사람이 가장 자주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차의료는 의료시스템에 대한 사람들의 인상이나 평판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일차의료가 좋을수록 건강 수준이 높고 건강 형평성이 보장된다는 증거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일차의료 질 평가는 쉽지 않습니다. 😞 일차의료 기관은 수적으로 많을 뿐 아니라 규모도 천차만별이어서 기관 간 이질성이 큽니다. 평가 대상을 관리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죠. 기존 연구가 많지 않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상급종합병원 등 규모가 큰 병원은 각종 연구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병원에서의 연구는 연구비도 풍부한 편입니다. 💰 연구를 위한 접근성과 개방성 면에서도 일차의료 기관보다 여건이 좋습니다. 그러나 일차의료는 그렇지 않습니다. 일차의료를 연구하는 학자가 부족한 이유입니다.
의료 질 평가란 관점에서 일차의료, 나아가 일차의료 환자안전은 미지의 영역입니다. 적정성 평가 프레임워크상의 일차의료와 만성질환관리 영역의 환자안전 지표는 22개나 되지만 약제급여와 혈액투석 항목의 지표가 다수를 차지합니다. 일차의료 환자안전에 관한 평가가 부족한 사정은 다른 나라도 비슷해 보입니다. 최근에 와서야 예방 가능한 일차의료 환자안전 사건의 규모와 성격, 원인을 추정한 연구가 발표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논문은 그 연장선에서 있습니다. 두 논문을 같이 읽으셔도 좋겠지요. 한국 일차의료의 환자안전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
Yuan CT, Dy SM, Yuanhong Lai A, et al. Challenges and Strategies for Patient Safety in Primary Care: A Qualitative Study. Am J Med Qual. 2022;37(5):379-387. doi:10.1097/JMQ.0000000000000054
의료의 대부분은 통원 세팅에서 제공되지만 의료 제공자와 환자가 통원의료의 환자안전을 어떻게 생각하고 실천하는지를 살피는 연구는 부족하다. 여러 방법을 활용한 이 질적 연구는 임상가와 직원, 환자가 보는 통원의료 안전 개선 과제와 전략을 확인하려고 하였다.
환자중심 메디컬 홈 10개소에서 인터뷰(N = 101)와 초점집단(N = 65), 안전 과정 관찰 데이터(N = 79)를 수집하였다.
핵심 안전 이슈로 의료정보 시스템 간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부족, 임상가-환자 간 커뮤니케이션 실패, 약물조정(medication reconciliation) 관련 과제 등이 확인되었다. 많이 언급된 안전 전략은 의료정보 시스템이나 전담 인력(예를 들어 사회복지사에 대한 접근성 보장)을 활용하고 있었다. 환자들은 또한 임상가가 언급하지 않은 전략을 이야기하면서 안전 솔루션 개발에 대한 환자 참여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이 연구는 임상가와 직원, 환자의 관심이 큰 안전 이슈와, 통원 세팅에서의 안전 개선 전략에 통찰을 제공한다.
촌평
- 이 연구가 채택한 통원의료 안전 프레임워크는 ⑴ 놓치거나 지연되거나 부정확한 진단 ⑵ 치료나 예방 서비스 제공 지연 ⑶ 투약 안전 이슈 ⑷ 커뮤니케이션과 의료 조정 이슈 등 4개 핵심 안전 영역을 포함하였다.
- 의료정보의 상호운용성 이슈는 한국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 같다. 개념 문서나 정책도 발표되는 것 같지만 아직 갈 길이 ㅠ.ㅠ
- 핵심 문장: “Among the implications of this work is the need for ambulatory practices to heed the importance of the patient emphasis on communication and trust as critical elements of patient saf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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