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중(상근평가위원)
#1. 의료평가조정위원회 회의
“이전 평가에 견줘 1등급 요양기관이 10% 포인트 증가했다는데, 이는 무슨 의미인가요? 환자나 시민들은 어찌 해석해야 하나요? 의료의 질이 얼마나 높아졌다는 뜻인가요?”
#2. 국민평가패널 회의(환자단체 또는 소비자단체가 모인 회의)
“1등급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요? 정말 신뢰하고 찾아갈 수 있는 의료기관이라는 의미인가요? 1등급이 아닌 2·3등급 의료기관은 이용하면 안 되나요? 5등급 의료기관은 아예 가면 안 되는 곳인가요?”
“결국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의 평가 결과가 병원이나 의원보다 다 높다는 얘기인데, 그럼 평가 결과 공개로 이른바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지는 것 아닌가요?”
#3. 의료평가조정위원회의 한 분과위원회 회의
“양호 기관이라고 선정했다는데, 양호라는 말은 진료를 잘한다는 말인가요?”
“1~5등급 대신에 우수(1·2등급), 보통(3등급), 미흡(4·5등급)과 같은 말로 표현하면 의료 소비자들이 훨씬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요?”
“종합점수가 65점 이상이 1등급이라면, 너무 의료계에 후한 것 아닌가요? 최소 80점 이상은 되어야 할 것 같은데요?”
평가 결과는 공개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물론 몇몇 평가는 여러 이유로 국가 단위로만 결과를 내고 의료기관별 평가는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원칙적으로는 공개를 해야 합니다. 평가 결과를 공개하는 이유는 뭘까요? 우선 ‘의료기관의 질 향상 노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예측 때문입니다. 평가 초기에는 평가 결과를 유심히 바라보는 환자나 의료 소비자들이 많지 않아도, 의료 공급자들이 스스로 평가 결과에 더 예민하게 반응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습니다. 의원의 경우 같은 지역에 있는 다른 의원보다는 평가 결과가 좋아야 하고, 상급종합병원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언론에서 비교하는 경우가 많아 평가 결과에 예민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암 분야 등 몇몇 평가 결과에 대해서는 몇몇 상급종합병원이 평가 결과의 타당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의료 공급자는 물론 언론이나 환자, 소비자단체들이 평가 결과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언론은 이름난 상급종합병원의 평가 결과에 관심이 큽니다. 40여 개의 상급종합병원은 언론의 소비층이 평소 알고 있는 병원이기 때문에 평가 결과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평가에서 40여 개에 이르는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1등급에서 빠져 있는 기관을 찾아 기사를 씁니다. ‘개가 사람을 물면’ 기삿거리가 되지 않지만(요즘은 개 물림 사고도 끔찍한 경우가 종종 있어 기사에 나오기는 합니다), ‘사람이 개를 물면’ 기삿거리가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상급종합병원이 1등급에서 탈락하는 일은 그만큼 이례적인 일이라고 판단하는 것이죠. 반대로 의원이나 병원급 의료기관이 상급종합병원보다 더 좋은 결과를 보일 때에도 언론은 큰 관심을 갖습니다. 예를 들면 최근 나온 「우울증 적정성 평가」의 경우 의원급 의료기관이 1등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데요, 이런 평가 결과에는 큰 관심을 보입니다. “우울증 외래 적정성 평가 1등급 90.5%가 의원급”과 같은 제목의 기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평가 결과 공개로 의료기관의 질 향상 노력뿐만 아니라 실제 의료 이용 과정에서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심사평가원 누리집이나 앱을 이용해 우리 동네 좋은 병원 찾기가 가능하다는 것인데요. 물론 아직까지는 그 이용량이 많지 않아, 의료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더욱 높여야 할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우리 심사평가원은 최근에는 의료 소비자들이 자주 쓰는 SNS 채널에 더 많이 연결해 접근성을 높이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이용이 이루어질 전망입니다.
한 가지 중요한 과제로 언급되는 질문도 있습니다. ‘종합점수나 등급만 발표하면 의료 질이 높아지느냐?’는 질문이 뒤따릅니다. 의료 공급자와 소비자들이 보는 정보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것인데요. 평가 결과를 통해 ‘의료 질이 왜 높아지지 못하느냐?’에 대한 답을 찾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즉, 의료 질 향상을 위한 제도적 측면에 대한 기본 자료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천식 적정성 평가」에서 의원급의 경우 ‘폐기능 검사 시행률’이 수년째 계속 낮다면, 의원에서도 폐기능 검사 장비를 확보하거나 아니면 폐기능 검사가 가능한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도록 의뢰한 뒤 다시 천식 관리를 하는 방안을 찾도록 권고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이 권고는 이미 나온 상황이기는 합니다.
정리하면 평가 결과의 공개로서 ‘의료기관의 질 향상 노력’, ‘의료 이용 체계의 변화’ 나아가 ‘의료 제도의 변화’ 등과 같은 일을 꾀할 수 있습니다. 의료평가조정위원회 또는 보건복지부, 언론에 평가 결과를 공개할 때에도 이런 관점들에서 의미 있는 논지를 제시하면, 평가 결과의 공개의 의미에 대해 더 많은 논의점을 제안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끝으로 한 가지 첨언을 하자면, 평가 결과가 언론 등에 많이 노출되는 것에 대해 너무 염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자면 정치인은 자신의 부고나 성희롱 등과 같이 범죄 사실이 아닌 경우에는 언론 노출이 많을수록 좋다고 합니다. 지금 국회는 예산철이죠. “쪽지 예산으로 자신의 지역구에 다리 건설 민원을 해결한 한 국회의원”이라는 기사가 나오면 다들 언론에서 비판한 것으로 생각할 텐데 이 의원은 해당 기사를 자신의 지역구 곳곳에 대문짝만하게 인쇄해 붙인다고 합니다. 언론의 비판을 감수하고서도 자신의 지역구 민원을 해결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지요. 우리가 정치인처럼 할 필요는 없지만, 고생해서 한 일을 더 많이 알릴 필요는 있다는 뜻입니다.
평가 결과가 더 많이 언론에 공개되고 많은 병원들이 이를 홍보의 수단으로 활용하면 그만큼 평가는 널리 알려지게 됩니다. 때로는 반대 입장에서 평가 결과를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만큼 평가를 정교하게 만들어가는 데 동력이 됩니다. 평가를 기획하고 진행한 뒤 최종 결과를 내면서 한 고생을, 더 많은 국민이 이에 대해 알게 하는 언론 보도 등에서 결실을 맺어본다는 생각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