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이 아닌 답을 내놓으려면
김양중(상근평가위원)
어느덧 새해가 밝았습니다. 늦었지만 새해에는 무엇보다도 여러분과 가정, 그리고 일터 모두에서 행복함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또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여느 해보다 일이 많았는데, 올해에는 격무보다는 여유 있는 보람을 찾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전 올해가 ‘적정성 평가’ 3년 차입니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이 부담스러운 그런 해입니다. 지난 2년 동안 평가 업무를 새로 익히면서 배운다는 자세가 아닌 정말 배워가면서 일을 해 왔던 것 같습니다. 3년 차에 뭔가 새롭고도 완성된 그 무엇인가를 내놓아야 한다고 정해져 있지 않지만, 이 와중에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동안의 평가에 대한 여러 생각을 정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바로 지난 6일 열린 면접, 즉 재계약을 위한 면접 자리였는데요. 자기 소개와 직무 계획을 새로 쓰면서 지난 2년을 돌아보고 또 앞으로의 2년에 대한 계획을 정리해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 정답은 없고 수없는 의문투성이입니다. 어떻게 하면 환자 등 의료 소비자들이 알고 싶어하는 평가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까? 그 평가 결과를 어떻게 하면 의료 소비자들이 많이 이용하게 만들 수 있을까? 의료 공급자들이 말하는 평가의 공정성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그러면서도 진료 뒤 1~2년이 지난 ‘과거의 평가’가 아닌 시의성 있는 평가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까? 수치만이 아닌 실제로 의료의 질을 향상시켰다는 증거는 어떻게 내놓을 수 있을까? 등등…
면접 위원들의 질문은 저의 이런 고민을 알고 있는지 아니면 함께 이런 의문들을 가지고 해결점을 찾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과녁을 향한 화살처럼 정확하게 파고 들었습니다. ‘평가가 실제 의료의 질을 높이기보다는 자칫 행정력 낭비라는 비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환자들이 알고 싶어하는 평가 결과를 위해서 심평원의 평가 영역을 어느 쪽으로 새롭게 더 넓혀야 하는지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지요? 등등…
저의 의문에 면접 위원들의 질문까지 더해졌으니 당장 명쾌한 답이 아니더라도 함께 고민하면서 그 질문의 해결책을 찾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 안에 끝날 일은 아니겠지만 새해 다짐으로 함께 걸어가 보자는 부탁을 감히 드려 봅니다. 새해부터 너무 일 이야기로 시작한 것은 아닌가 하면서, 우선 다가오는 새해 연휴(1월 21~24일, 참고로 설 명절 아닌 연휴) 행복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꼭 명절에서 벗어나 연휴로 즐기시길! (2023.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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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SMu101: 의료 질의 구성 요소 ⑶
최용준(상근평가위원)
이 코너는 의료 질과 환자안전의 기본 개념과 이론을 소개합니다. ‘101’은 미국 대학에서 👩🏻🎓 어떤 분야의 개론이나 입문 과정의 교과목 번호로 흔히 쓰인다고 합니다. 기본적인 것이 가장 중요한 법이라고 합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지난 달에는 2001년 미국 의학한림원(Institute of Medicine, IOM) 보고서 『 의료 질의 틈새를 건너가기: 21세기를 위한 새로운 의료 시스템』을 바탕으로 첫 번째 의료 질 구성 요소로 안전을 살펴보았습니다. 보고서는 “환자를 😷 도우려는 의도에서 제공된 의료가 환자에게 해를 입히는 것을 피해야 한다(39쪽)”고 주장하였습니다. 금세기 초 조명이 집중된 덕에 안전, 환자안전은 의료 질 구성 요소 중 가장 중시되고 있습니다.(한국도 의료질향상법은 없지만 환자안전법은 있고 국가 차원의 의료질향상종합계획은 없지만 환자안전종합계획은 있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효과(效果, effectiveness)입니다.(영어 단어 effectiveness의 번역어로는 효과 외에 효과성, 유효성 등이 쓰입니다. 효과성은 효과에 ‘성질’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성(性)”이 붙은 말인데요, ‘효과’만으로도 뜻이 통하는데 굳이 접미사를 붙일 필요가 있을까 싶어요. 또 유효(有效)는 효과가 ‘있음’을 뜻하니까 효과나 효과성 자체와는 의미상 다소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effectiveness의 번역어로 효과를 선호합니다.)
2001년 미국 IOM 보고서는 효과 또는 효과적인 의료를 “예방 서비스나 진단 검사, 치료법 같은 중재가 대안보다 더 나은 결과를 산출하는지 결정하기 위하여 체계적으로 얻은 증거 활용에 기초한 의료(46쪽)”를 가리킨다고 하였습니다. 이처럼 효과를 정의할 때 눈에 띄는 말이 있습니다. 대안(alternatives)과 증거(evidence)가 그것입니다. 이때 대안이란 평가 대상 중재와 그 결과를 서로 비교할 만한 다른 중재를 말하는데 과거에는 여기에 아무 중재도 하지 않는 것(do nothing)을 포함하기도 하였습니다. 또 증거란 과학적 연구 방법을 적용하여 산출한 연구 결과를 가리키는데 보통 진단법이나 치료법의 효과를 평가하는 무작위 배정 대조 임상시험 등 임상 연구가 효과에 관한 증거를 제시하지요.
그래서 도나베디언 선생님은 👴🏻 효과에 관하여 설명하면서 효과를 아예 ‘상대적’ 효과(relative effectiveness)라고 쓰기도 하였습니다. 이때 효과, 상대적 효과는 아래와 같은 산식으로 표현됩니다. 산식의 분모에 나오는 “최선의 의료 또는 표준 의료”는 평가 대상 의료의 대안, 즉 비교 대상입니다. 또 이와 같은 효과는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 따위의 임상 연구 결과, 즉 증거에 바탕으로 두고 있습니다.
상대적 효과 = 평가 대상 의료에 기대하는 건강 개선 정도 / 최선의 의료 또는 표준 의료에 기대하는 건강 개선 정도
이제 효과를 의료 질의 구성 요소로 볼 때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을 도나베디언 선생님 말씀을 빌려 몇 가지로 정리해 봅니다. 첫째, 효과는 상대적인 것입니다. 💡 어떤 의료 서비스의 효과를 말할 때는 비교 대상이 되는 대안을 전제합니다. 그 비교 대상은 아무 중재도 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표준 의료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의학이 발전하면 표준 의료 등의 수준 역시 높아지고 그에 따라 건강 개선 정도도 커질 것입니다. 효과의 산식에 ‘지속적 개선’ 패러다임이 내장되어 있다 하겠습니다.
둘째, 효과의 의미와 측정 방법은 📏 건강의 정의와 측정 방법에 좌우될 것입니다. 우리가 포괄적으로 건강 개념을 파악하고 측정하지 않는다면 의료 서비스의 효과를 정의하고 측정할 때에도 포괄성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거꾸로 건강을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측정한다면 효과도 포괄적으로 측정할 수 있겠죠. 논점에서 조금 벗어나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측정할 수 있는 것을 측정하는 것보다 측정해야 하는 것을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덧붙이고 싶습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요.
셋째, 효과는 확률이라는 렌즈로 🔎 봐야 합니다. 의료 서비스의 효과를 타당하게 측정하려면 적절한 표본 수를 전제해야 합니다. 어떤 환자 한 사람이 특정 치료법에 반응이 좋았다고 해서 그 치료법의 효과가 입증되지는 않지요. 거꾸로 적절한 표본을 상대로 효과가 입증된 의료 서비스라면 특정 환자에서 건강 결과가 개선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두 가지 모두 있을 수 있는 당연한 일들입니다. 효과가 확률로 표현되기 때문이죠. 언제나 100% 확실한 것은 진짜 효과가 아닐 거예요.
오늘은 효과에 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효과는 과학적 연구를 통하여 얻는 증거를 바탕으로 삼되 이때 효과는 ‘상대적’ 효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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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 속 적정성 평가: 병원과 형평성
김남순(상근평가위원)
이 코너는 우리가 하고 있는 적정성 평가 항목과 관계 있는 연구 문헌을 소개합니다. 문헌의 서지 사항을 제시하고 초록을 번역하며 촌평을 하는 것으로 구성됩니다. 많이 기대해 주세요. ✌️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적 불평등이 가속되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은 이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한다. 구체적 수치를 살펴보면, 상위 10%에 속하는 부자들이 전 세계 부💵의 76%를 소유하고 있다고 하며, 파리 기반 연구자 그룹은 지금의 경제적 불평등은 20세기 초반 제국주의 시대에 나타났던 극단적 수준과 비슷한 상황으로 보고하였다. 따라서 코로나19 이후 질병으로부터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사용할 수 있었던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의 일상적 삶과 건강수준에 상당한 격차가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저소득층, 불안정한 직업에 고용된 사람, 장애인 등을 포함한 취약계층의 건강과 복지에 대한 정책을 마련해야 하며,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에서도 이 상황을 어떻게 반영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오늘 소개하는 논문은 2022년 12월 29일 NEJM에 발표된 것으로 미국 Centers for Medicare and Medicaid Services (CMS)가 병원 대상 형평성 지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미국의 보건의료 체계가 다른 고소득 국가와 비교하여 형평성 순위가 가장 낮게 나타났지만, 그동안 환자의 건강 관련 사회적 필요(health-related social needs, HRSNs)에 대한 관심은 부족했었다. 코로나19 이후 경제적 상황과 맞물려 건강 불평등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고자 CMS가 추진하는 사업으로 보이며,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에 참고할 만한 내용이다.
Sandhu S, Liu M, Wadhera RK. Hospitals and health equity - translating measurement into action. N Engl J Med. 2022;387(26):2395-2397. doi:10.1056/NEJMp2211648
최근 CMS는 병원의 질 보고 사업에 3개의 형평성 지표를 도입하기로 하였다. 첫 번째 지표는 2023년에 시행될 예정으로 건강 형평성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다루는 것이며, 병원이 입원환자의 사회경제적 특성과 HRSNs에 대한 자료 수집과 분석을 수행하면서 건강 불평등에 초점을 둔 질 개선 활동을 하는 것이다. 다음 2개 지표는 성인 환자 중 HRSN 스크리닝 받은 비율과 HRSN 스크리닝 결과 입원 시점에 양성으로 나타난 비중을 보고하는 것이라고 한다.
한편, 미국의 병원들도 코로나19 이후 의료인력 부족과 재정적 문제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HRSNs 스크리닝과 중재를 수행할 역량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논문에서는 CMS의 결정을 전제로 하여 병원은 우선적으로 다양한 스크리닝 도구 중에 적절한 것을 선택하고, 다음으로는 어떻게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할지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HRSNs 스크리닝 결과를 전자의무기록에 통합하여 임상의사와 보건전문가들이 쉽게 접근해서 질 향상 활동을 실천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CMS는 건강 형평성에 대한 구조적 접근을 하는 데 측정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수 단계라고 보고 있다. HRSN 스크리닝을 통해 임상의사가 진료 내용을 조절하고, 취약계층 환자의 대한 스티그마(stigma) 없이 사회적 필요 및 관련 서비스를 논의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환자에게는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사례관리자, 사회복지사, 지역사회 관계자 등을 통해 퇴원 후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이루어진 한 무작위임상시험 연구에서 지역사회 보건전문가의 서비스를 제공받은 인구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과 비교하여 퇴원 후 30일 이내 재입원율 감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Carter J, Hassan S, Walton A, Yu L, Donelan K, Thorndike AN. Effect of Community Health Workers on 30-Day Hospital Readmissions in an Accountable Care Organization Population: A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 Netw Open. 2021;4(5):e2110936. Published 2021 May 3. doi:10.1001/jamanetworkopen.2021.10936)
장기적 관점에서 병원의 형평성 지표를 바탕으로 입원환자에 대한 건강 불평등 완화사업에 대해 평가할 수 있다. 이 논문의 저자들은 형평성 기반 지불 모형(equity centered value based payment model)이 적용된다면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는 병원의 활동에 대한 재정적 안정성과 유연성을 증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와 같은 사례로 매사추세츠 메디케이드의 관련 사업이 있다. 매사추세츠 메디케이드는 책임의료조직(accountable care organizations, ACOs)의 CMS는 의사, 병원을 포함한 여러 의료서비스 제공자 그룹으로서 함께 메디케어 환자에게 연계, 조정된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는 보건의료조직으로 정의하였다. 관련 사업 개발에 대한 자금 지원과 함께 지역사회 기반 조직이 의료 및 사회서비스 필요도가 높은 환자에 제공하는 영양 및 주거서비스에 대해 지불하고 있다.
CMS가 추진하는 병원의 형평성 지표 도입은 양극화가 심화되는 시대에 필요한 사업이다. 앞으로 이 사업의 진행을 면밀히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며, 병원이 주도하는 건강 불평등 중재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을 통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Accountable Health Communities Health Related Social Needs Screening Tool
English version | 한국어판
촌평
-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양극화에 대한 보건의료시스템의 역할이 핵심 수단은 아니지만 건강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 병원을 포함한 보건의료시스템이 적극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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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SNs 스크리닝 정보가 병원의 건강 불평등에 대한 중재에 활용되는 것 이외에 평가지표의 중증도 보정은 물론 평가정보시스템 구축에 활용된다면 적정성 평가의 비교성(comparability)과 현재성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 핵심 문장: Although the implementation of equity based measures is an important step, it’s unclear whether HRSN screening alone will reduce health disparities. Translating measurement into meaningful action will require thoughtful leadership from hospitals in close collaboration with primary care practitioners, community based organizations and pay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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