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의료 질 평가 역사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동안 선진국 시스템을 수용하면서 급하게 발전하다 보니 지난 역사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2023년 현재는 국내 의료의 질 평가가 양적, 질적 성장을 이루었으며 국제 학회를 개최할 정도로 역량이 축적된 상태다. 이제는 그동안 벤치마킹한 외국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으며, 그동안 가장 많이 참고해 온 미국의 의료 질 평가 역사를 시리즈로 구성해서 정리하고자 한다.
미국의 의료 질 평가 역사 (1)에서는 의료의 질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민간은 물론 정부 규제로 정착되는 과정을 다루고자 한다. 시기적으로 보면 1910년부터 Centers for Medicare and Medicaid Services (CMS)가 발족한 2001년까지가 이 시기에 해당되며, 이 글에서는 심층적 분석보다는 계보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번 호에서는 민간의 자발적 활동을 소개하고자 하며, 정부 정책과 규제에 대해서는 다음 호에 다룰 예정이다.
미국의 의료 질 평가 역사를 다룬 문헌으로 Luce 등이 1994년에 출판한 “A brief history of healthcare quality assessment and improvement in the United States”, Marjoura와 Bozie가 출간한 미국 보건의료 질 개선 운동의 역사에 관한 종설을 고찰하였다. 이외에도 CMS가 출간한 연보, Peer Review Organizations (PRO)만을 집중해서 고찰한 논문도 참고하였다.
민간의 자발적 활동
의료 질 개선 활동의 시초는 보는 관점에 따라서 달라질 수는 있지만 조직적 활동에 초점을 둔다면 미국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AMA)이 요구해서 작성된 Flexner Report (플렉스너 보고서, 카네기 재단 지원)를 시발점으로 볼 수 있다. 플랙스너 보고서는 주로 의학교육에 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당시 병원의 문제점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Ernst Codman (에른스트 코드만)의 매사추세츠 병원 질 개선 활동이 있었고, 그 영향을 받아 American College of Surgeons (ACS)이 1917년에 병원표준화 프로그램을 시작하였다. 병원표준화 프로그램은 병원의 구조와 서비스에 대한 최소한의 표준을 제시한 것이다. ACS의 병원표준화를 위한 활동에 American College of Physicians (ACP), American Hospital Association (AHA), AMA, Canadian Medical Association (CMA) 등이 결합하여 1952년 Joint Commission on Accreditation of Hospitals (JCAH)가 설립되었다. (JCAH는 1987년 Joint Commission on Accreditation of Healthcare Organizations를 거쳐 2007년 The Joint Commission으로 명칭을 바꾼다) Joint Commission은 초기에는 최소 표준을 받아들였지만, 곧 성취 가능한 적정 기준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화하였다.
의료의 질에 관한 학술적 발전도 있었는데, 가장 중요한 성과로는 1966년 Avedis Donabedian (도나베디언)이 Joint Commission의 의료 질 평가 방향을 반영한 이론적 틀을 제시한 것을 들 수 있다. 도나베디언은 광범위한 의미에서 질을 정의하였으며 구조, 과정 및 결과로 구분한 3개 영역을 측정하는 프레임을 제시하였다. 또 National Academy of Science는 1970년 Institute of Medicine (IOM)을 설립하였으며, IOM은 질 평가와 개선에 필요한 다양한 연구를 추진하였다.
한편 시간이 지나면서 후향적 심사를 통해 의료 질 문제를 발견하는 방식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점이 드러나게 되었다. Joint Commission은 1979년에 일부 심사(audit)를 포기하고 병원의 질 보장 사업(hospital wide quality assurance program)을 시작하였다. 이는 Joint Commission이 이전과 다르게 문제 영역에 대한 스크리닝(예: 재입원)과 임상지표(예: 산부인과 검진 받은 여성의 비율)를 도입했음을 의미한다. 임상학회 등에서 개발한 진료지침과 진료 표준에 관한 컨퍼런스 등이 근거로 사용되었으며, 환자에 대한 역학 자료를 분석하여 의사들의 성과를 추적하고 비교하는 데 활용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Joint Commission은 병원 외의 다른 의료기관(장기요양, 지역사회정신보건, 외래서비스)을 인증하는 방향으로 기능을 확대하였으며 1996년에는 Sentinel event policy를 수립하였다. Sentinel event policy는 환자안전과 관련된 신호 사건(사망, 영구적 장애, 일시적 장애 등을 초래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을 분석하여 대응하는 것이며, Joint Commission은 인증을 받으려는 모든 의료기관에게 신호 사건에 관한 보고를 장려하고 있다.
1988년에는 일반 기업에서 개발되고 적용된 경영전략인 ‘continuous quality improvement (CQI)가 변화를 위한 의제로 도입되었으며, Joint Commission은 이를 지지하였다. CQI가 갖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병원이나 의사뿐 아니라 모든 관계자가 분석과 개선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썩은 사과를 골라내는 것을 넘어서 전체 제공자 그룹의 질을 개선한다는 의미이다.
1990년대에 두드러진 변화는 지속적 질 개선 활동이 확장되면서, 다양한 형태로 관련 연구와 활동을 하는 민간단체들이 생겨났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는 1990년에 National Committee for Quality Assurance (NCQA)가 만들어졌는데 Health Plan (의료보험) 등에 대한 인증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Healthcare Effectiveness Data and Information Set (HEDIS)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민간조직과 정부 활동을 조정할 필요성이 생겨 1999년에는 설립된 비영리 민간조직인 National Quality Forum (NQF)은 주된 활동으로 임상지표에 대한 승인을 해 왔다.
연방정부가 대규모 연구재원을 확보하면서 의료의 질에 대한 연구와 다양한 활동이 지속되었다. IOM은 1998년부터 HCFA를 포함한 민간재단의 지원을 받아 미국 의료의 질에 대한 연구프로젝트를 시작하였으며 그 결과 의료 질에 대한 혁신적 비전을 제시한 보고서 2개―To error is human: building a safer health system (2000), Crossing the quality chasm: a new health system for the 21st century (2001)―가 나오게 되었다.
촌평
- 미국의 의료 질 관리 활동은 의료전문가의 자발적 활동에서 시작되었으며, 대표적으로 임상학회 및 의료인 단체 등이 연합해서 병원 인증을 위해 설립한 Joint Commission이 있다. 정부의 의료 질 관리(규제) 정책은 1965년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도입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 CQI는 자본주의 기업의 경영전략인데 다른 사회분야와 마찬가지로 의료계도 경쟁과 성과를 통한 질 개선을 윤리적 원칙으로 수용하게 되었다.
- 핵심 문장: Adapting a technique called continuous quality improvement (CQI) developed primarily for industry... This method tries to improve the performance of entire group rather than identify isolated poor performers. All of the workers―administrators, physicians, nurse, clerks―in an emergency department, for instance, might form a task force that would continually analyze and improve c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