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의료 질 평가 역사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동안 선진국 시스템을 수용하면서 급하게 발전하다 보니 지난 역사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2023년 현재는 국내 의료의 질 평가가 양적, 질적 성장을 이루었으며 국제 학회를 개최할 정도로 역량이 축적된 상태다. 이제는 그동안 벤치마킹한 외국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으며, 그동안 가장 많이 참고해 온 미국의 의료 질 평가 역사를 시리즈로 구성해서 정리하고자 한다.
미국의 의료 질 평가 역사 (2) 에서는 의료의 질에 대한 관심이 정부 규제로 정착되는 과정을 다루고자 한다. 이는 1935년 사회보장법 제정에서 시작하여 Centers for Medicare and Medicaid Services (CMS)가 발족한 시기(2001년)까지로 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심층적 분석보다는 계보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지난 호에는 민간의 자발적 활동을 다루었으며, 이번 호에서는 의료 질에 대한 정부 정책과 규제에 대해서 다루고자 한다.
미국의 의료 질 평가 역사를 다룬 문헌으로 Luce 등이 1994년에 출판한 “A brief history of healthcare quality assessment and improvement in the United States”, Marjoura와 Bozie가 출간한 미국 보건의료 질 개선 운동의 역사에 관한 종설을 고찰하였다. 이외에도 CMS가 출간한 연보, Peer Review Organizations (PRO)만을 집중해서 고찰한 논문도 참고하였다.
의료 질에 대한 정부의 규제
미국 정부의 의료의 질에 대한 정책적 관심은 민간 활동이 어느 정도 활성화된 시기에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정부는 1935년 사회보장법(Social Security Act)에 기초하여 모성과 아동에 대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였고, 1965년에 사회보장법 Ⅷ, ⅩⅨ에서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대상 메디케어(Medicare) 보험과 빈곤층을 위한 메디케이드(Medicaid) 프로그램을 정립하였다.
미국 보건부는 1972년부터 사회보장법에 근거하여 메디케어 의료서비스를 관리하기 위해 Professional Standards Review Organization (PSRO) 프로그램을 시작하였다. PSRO는 의료전문가 네트워크 조직으로 진료기록을 심사하여 불필요한 병원이용을 줄이는 데 초점을 두었다. 정부와 PSRO의 계약은 National Center for Health Service and Quality 재원을 활용해서 이루어졌다. 이때까지는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서비스 관리를 따로 관리하다가 1977년 Health Care Financing Administration (HCFA)를 설립하여 통합해서 관리하도록 하였다. (주1: 설립 초기에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서비스 관리 부처는 SSA (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 SRS (Social and Rehabilitative Service)였고, HCFA 설립 후 두 프로그램에 대한 관리가 통합되었다. 메디케이드 서비스는 연방정부에서 관리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 프로그램은 주가 담당하고 있어 프로그램 내용에 변이가 존재하고 있다.)
1980년대 초반이 되면 PSRO 프로그램은 미국 전역으로 확대되었지만 비용과 질 관리에 대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더구나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AMA, 미국의사협회)는 PSRO의 활동이 질보다 비용에 우선한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었다. 미국 정부는 의료이용 심사와 질 관리를 개선하고자 PSRO를 Peer Review Organization (PRO)로 개편하였고, 조직도 54개로 정비하였다. 비슷한 시기에 메디케어 서비스 지불제도로 Diagnosis Related Groups (DRGs)가 도입되는 큰 변화가 있었다. PRO 또한 DRGs 도입에 따라 질병군 할당의 적정성, 재입원, 불필요한 입원과 수술, 사망과 합병증 감소에 초점을 두고 활동하였다. PRO가 전보다 의료의 질에 초점을 둔 활동을 전개하였지만 기존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했으며, 의회의 요청을 받아 의료의 질, 특히 결과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권고를 받았다고 한다.
한편 Omnibus Budget Reconciliation Act에 근거하여 의료의 질 연구에 필요한 대규모 재원이 마련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Agency for Health Care Policy and Research (AHCPR)이 1989년에 설립되어 관련 연구를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주2: AHCPR은 1999년에 Agency for Healthcare Research and Quality (AHRQ)로 이름을 변경하였다.)
HCFA는 1992년 Health Care Quality Improvement Initiative (HCQII)를 시작하였다. 이는 진료지침 개발과도 관련이 있으면서, 메디케어 환자 자료를 분석하여 진료 알고리듬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 첫 번째 HCQII 프로젝트는 심장질환 프로젝트(Cooperative Cardiovascular Project: CCP)로,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American Heart Association, AMA가 참여하였다. CCP는 HCFA가 처음으로 진료지침과 임상지표를 개발해서 진료결과를 개선하고자 시도한 것이었다. 이후 PRO의 주된 활동은 후향적 심사에서 질 향상 프로젝트로 전환되었으며, PRO는 다양한 전문가 그룹과 협력관계를 맺고 활동하게 되었다. HCQII는 Healthcare Quality Improvement Program (HCQIP)로 발전하였으며, 질 개선에 필요한 데이터를 공급하는 전문센터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포괄적 질 관리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2001년 보건부 장관인 Tommy Thomson의 지시로 HCFA는 Centers for Medicare and Medicaid Services (CMS)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주3: HCFA에서 CMS로 변경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확인하기 어려웠으며, CMS 연보에서는 명칭 변경(rename)으로만 기술되어있다. 한편, 2001년 9월 Emergency Medicine News에 의하면 서비스를 기관 이름에 포함한 것은 조직의 목표와 책임성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였다.)
촌평
- 정부의 질 관리 정책은 1965년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설립 이후 본격적으로 전개되었으며, 의료이용에 대한 심사와 질 관리는 1990년대까지는 PSRO (1982년 PRO로 개편)라는 의료전문가 네트워크 조직을 통해 이루어졌다. (주4: PRO는 1999년부터 Quality Improvement Organizations (QIO)로 개편되었다.)
- 연방정부 및 민간의 재정지원으로 의료의 질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었으며 진료지침, 임상지표가 개발되었다. HCQIP의 성공으로 PRO, 연방정부, 다른 이해관계자 등과의 협력 모델에 대한 수용성이 증가되었으며, PRO의 주요 업무는 개별적 심사(audit)에서 전체 의료서비스에 대한 질 향상으로 전환되었다.
- 핵심 문장: The evolution of the PRO program is an important part of HCFA’s transition from an financing program to a value based purchaser of health care. As quality improvement and quality management in healthcare continue to evolve, and as healthcare industry and reimbursement structure change.